★ 2004년부터 ~ 1703

B급 며느리

나는 생존을 위협하지 않는 선에서 최대한 무책임해지고 싶었다. 내가 하고 싶은 일은 경제적 안정과는 거리가 멀었다. 가정을 꾸리는 것에는 한 치의 로망도, 관심도 없었다. 탕웨이와 결혼한 김태용 감독을 보며 ‘언젠가는 나도…’를 읊조린 적은 있다. 그냥 자유롭고 무책임한 그 상태가 좋았다. 여자들은 평생에 걸쳐서 자기 자신을 주변의 상황에 맞추는 것에 익숙해져요. 어려서부터 주변에서 원하는 옷차림, 말투, 행동을 체화하고 그걸 통해 사랑받고 인정받는다는 거죠. 결혼하면서도 마찬가지예요. 여자들은 결혼 전의 취미나 생활양식을 버리는 경우가 많아요. 대표적인 것이 개성 없는 아줌마 파마예요. 남편에, 시댁에, 아이들에게 맞춰서 사는 거죠. 상대적으로 남자들은 자신의 생활양식을 바꾸지 않아요. 낚시나 야구 따..

한밤의 도서관 2020.06.25

Dr.検事モロハシ~新たなる生命~

Dr.検事モロハシ~新たなる生命~ (닥터 검사 모로하시 ~ 새로운 생명 ~, 2014) 편성정보: fujiTV , 1부작 2014.07.01 출연: 이나가키 고로, 후키이시 카즈에, 이시구로 켄, 노나미 마호, 이리야마 노리코, 미쿠라 카나, 오오쿠우치 히로시, 야마다 신타로, 기무라 요시노, 이와키 코이치 더보기 +드라마 소개+ 의사이자 검사인 능력자 모로하시가 불임부부에게 클론복제기술을 이용하는 산부인과 병원의 비밀을 파헤치는 내용의 드라마 아니, 드라마 내용을 모르고 봤는데 등장인물 설명이 없어서 찾아보니 이 앞에 단편 드라마가 하나 있었네 이나가키 고로 너무 가벼워보여서... 싫 + 시작하자마자 배 위에서 너무 산만하고 요란해서 이게 뭐지 했는데, 예? 갑자기요? 수술을요? 니네들이 누군지 모르는데..

먼지쌓인 필름 2020.06.22

요리코를 위해

“하지만 당장 써야 할 소설 마감이 코앞이라고요.” “그런 건 개나 줘버려! 슬럼프에 빠졌을 때 용을 써봐야 아무 소용 없어. 억지로 매수만 늘린다고 좋은 글이 나올 거 같냐?” “인간이란 종종 가까이 이웃한 누군가에게 모든 죄업을 뒤집어씌우곤 합니다. 때론 거기서부터 비극이 태어나죠. 니시무라도 자신이 의식하지 못하는 사이 진정으로 증오해야 할 적을 잃어버리고 손이 닿는 곳에서 증오의 표적을 정해버린 겁니다. 증오란 결코 이성으로 컨트롤할 수 없는 것이니까요. 아무리 남의 괴로움을 그냥 지나치지 못하는 친절한 사람이라도 동정에는 한도가 있기 마련이라고. 니시무라가 내게 관심을 가진 이유는 내 안에서 자신의 모습을 봤기 때문이 아닐까요. 이런 말로 이해할지 모르겠네요. 아니, 이건 아니다. 근거 없는 상..

한밤의 도서관 2020.06.22

Dangal

금메달을 따면 넌 좋은 본보기가 될거야 영감을 주고 영원히 기억되는 존재말야 내일 이기면 혼자 이기는 게 아냐 저런 애들 수백만 명이 같이 이기는 거야 남자보다 못하다고 여겨지는 여자애들 집안일이나 해야 하고 결혼해서 애나 키우는... 내일 시합이 제일 중요해 그 이유는 호주 선수하고만 싸우는 게 아니라 여자를 열등하다 여기는 사람들과 싸우는 거니까 Dangal 당갈 (2016) 감독: 니테시 티와리 출연: 아미르 칸, 파티마 사나 셰이크, 산야 말호트라, 사크시 탄와르, 아파르샤크티 쿠라나, 자이라 와심, 수하니 바트나가르, 리트윅 사호레, 기리쉬 쿨카르니 더보기 러닝타임 3시간 넘는 거 실화냐!!!!! 하지만 이 영화를 추천해준 친구의 말대로 시간 후딱 지나갔다. 웬만한 2시간짜리 영화보다 지루한 부..

먼지쌓인 필름 2020.06.21

실버 로드

“죽음에는 어딘가 짜증나는 면이 있어요. 내면에서부터 사람을 망가뜨립니다. 참전하기 전에는 아무도 그런 경고를 해주지 않았죠. 죽음을 직접 보면 어떻게 되는지, 죽음을 대면하고 나면 어떻게 되는지 아무도 설명해주지 않았어요. 죽음이 날 조종하고, 내 일부가 된다는 걸요.” “그걸 알았다면 참전 안 했을까요?” “제 경험상 잘 웃는 사람을 조심해야 하더군요.” “무슨 말이죠?” “아무 이유 없이 웃고 미소로 상대를 속이는 사람들 말입니다. 그런 사람들이 사악하더군요.” “명심하죠.” 과거를 떨쳐내고 아무 일도 없었던 척하는 게, 다음 단계로 넘어가는 게 쉬운 사람도 있다. 사람들은 세상이나 상대의 추악한 면을 믿고 싶어 하지 않아. 불가피한 상황을 회피하고 싶어 하지. 모래에 머리를 파묻고 있다가 때를 놓..

한밤의 도서관 2020.06.15

펭귄은 하늘을 올려다본다

노력하지 않으면 꿈은 이룰 수 없다. 하지만 아무리 노력을 해도 도저히 이루기 힘든 꿈이 있다. 세상에는 노력만으로 이룰 수 없는 것도 있다. 그럼 혼혈이구나. 그런데 혼혈인 건 둘째 치고, 전학을 오자마자 이런 식의 자기소개를 하다니 앞으로 여러모로 고생할 것 같다. 그래도 얼굴은 예쁘니 잘하면 이 무례한 태도는 쉽게 만회할 수 있을지도 모르겠다. 어젯밤에 미리 취사 예약을 해놓은 전기밥솥의 뚜껑을 열자 뜨끈한 김과 함께 갓 지은 밥이 모습을 드러냈다. 그렇지만 지금부터 아침밥을 먹을고 하는 게 아니다. 도시락을 만들려는 것이다. 더보기 펭귄은 하늘을 올려다본다 ペンギンは空を見上げる(2018) [트위터책빙고 2020] 15. 표지에 펭귄이 있는 책 + 주인공 사쿠라 하루, 초등학교 6학년이라고 하는데 ..

한밤의 도서관 2020.06.09

애니 앳킨스 컬렉션

나는 소품 담당자 로빈 밀러의 책장에서 《캐스트 어웨이》의 윌슨(배구공)을 만난 적이 있다. 나 역시 《그랜드 부다페스트 호텔》에 사용된 멘들스 박스 두어 개를 내 작업실에 자랑스럽게 진열해 놓았다. 하지만 세트 데코레이터가 진정한 수집가라서 이런 물건을 몇 서랍씩 보관하지 않는 한, 그래픽 소품 대부분은 보관되지 않는다. 안타까운 현실이다. 종이는 특히 고생이 많다. 뜨거운 조명과 배우들의 땀에 젖은 손 때문에 금세 손상 된다. 'MENDL'S'라는 단어는 일러스트레이터가 담당했고, 나머지 레터링과 가느다란 줄 세공은 내가 직접 나섰다. 그런데 철자 확인 과정을 세심하게 거치지 않은 바람에 촬영 중반이 되어서야 내가 실수로 'pâtisserie'(파티스리, 제과점이라는 뜻)라는 단어에 't'를 한 번 ..

한밤의 도서관 2020.06.06